[책리뷰]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 - 집 사기 전에 꼭 알아야 하는 것들
이번에 리뷰할 책은 라이프자산운용 배문성 팀장의 저서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입니다. 이 책은 부동산 매물 조사, 입지 분석, 임장 팁과 같은 실전 투자에 대한 안내서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실전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기 전에 올바른 투자 마인드를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라 하겠습니다.
이 책은 글로벌 자산 시장에서,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라는 자산이 가지는 특성이 무엇인지, 실질적으로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주고 나아가 흐름을 바꾸는 요인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다양한 실제 사례들과 데이터를 통해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자칫 딱딱하고 어려울 수 있는 내용들을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입니다. 지루하지 않게 중간 중간 삽화도 적절히 들어가있고, 비유를 통한 스토리텔링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네요. ㅎㅎ
메크로를 유심히 봐야 하는 이유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우선 ‘잘못된 집단적 믿음’에 대해 경계하고 비판적인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보통 강한 상승장이나 강한 하락장에서는 특정 내러티브에 대중의 믿음이 실리고, 점점 그 목소리가 커지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2020~2021년 집값이 폭등했던 이유에 대해 ‘공급이 부족한 탓’으로만 몰아갔던 언론의 함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여러 언론이 앞으로도 계속 아파트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통계자료를 제시하며 ‘서울 아파트 입주절벽’ 등의 키워드로 무주택자들을 계속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저자는 여러 데이터를 통해 이러한 통계의 함정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이 부동산 가격의 흐름을 바꿀 공산은 크지 않다는 겁니다. 사실상 자산 가격의 방향을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는 유동성, 즉 ‘금리’라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유동성’이라는 단어를 수없이 많이 언급하는데요. 그만큼 간과해서는 안 되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유동성(Liquidity)은 시중에 풀린 돈의 양을 뜻합니다. 금리 인하는 유동성 확대, 금리 인상은 유동성 축소로 단순화하여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금리는 ‘돈의 가격’입니다. 돈의 가격인 금리가 오르면 당연히 현금 보유자에게는 유리한 반면, 고정적 현금흐름(고정 임대수익)을 창출하는 부동산의 가치는 하락할 것입니다.
이는 비단 부동산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금같은 (돈이 아닌) 자산도 결국 그 가치는 화폐로 환산이 됩니다. 따라서 돈이 흔해지면 돈이 아닌 자산들은 상대적으로 희소해져서 가격이 오르고, 반대로 돈이 희소해지면 돈으로 환산되는 자산의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제 하에, 각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결국 매크로(거시경제)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초점에 맞춰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큰 흐름을 바꾸는 것은 정부 정책이 아니라 매크로 환경이라는 것이죠. 책에서는직전 세 정부의 집권 시기별 부동산 가격의 향방을 금리와 공급의 ‘2⨯2 매트릭스’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 이명박정부(2008~2012): 공급량 감소 & 금리인상 -> 집값 하락
- 박근혜정부(2013~2016): 공급량 감소 & 금리인하 -> 집값 상승
- 문재인정부(2017~2021): 공급량 증가 & 금리인하 -> 집값 상승
물론 입체적인 분석과 판단을 위해서는 공급과 금리 외에 다른 요소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이렇다는 겁니다.
실제로 책을 읽어보시면 부동산 공급의 주축인 '착공'과 '분양'의 개념, 그리고 'P ⨯ Q'의 개념에 대해서도 더 깊이있게 공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동성 리스크를 간과하지 말자
앞서 유동성이란 시중에 풀리 돈을 의미한다고 했는데요, 그런 거시적 차원의 유동성도 있지만, 단편적으로 ‘현금’을 가리키는‘유동성’도 있습니다. 기업이나 개인의 보유 현금, 더 나아가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까지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유동성(현금) 리스크라고 하면, 부채를 상환해야 할 시점에 채무자가 원리금을 납부할 수 있는 현금을 충분히 보유하지 못한 경우를 말합니다.
가령 내가 보유한 현금(자기자본)과 부채를 소위 ‘영끌’해서 아파트를 한 채 샀다고 합시다. 이런 경우 주택 구입은 곧 보유 현금이 소진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유동성 대응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변동금리 대출의 이자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한다거나, 소득이 감소한다면 유동성 리스크를 맞게 될 것입니다.
금리가 낮을 때는 별 문제가 안 되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이자비용이 증가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이 70~80%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구조적으로 취약점이 있다는 것이죠.
저자는 기왕이면 금리가 낮을수록, 나의 소득 상승이 확실할수록 부채를 최대한 활용하여 상급지 아파트를 구입하고 먼저 누리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반대로 금리가 높아질수록, 나의 소득이 불확실할수록 이렇게 ‘똘똘한 한 채’에 영끌 매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갭투자를 통해 주택을 구입한 경우 통계상 가계부채에는 잡히지 않지만 엄연히 상환 리스크가 있는 부채인 전세보증금 역시 유동성 대응력이 약해질 경우 리스크 관리 대상으로 염두에 둬야할 것입니다.
타이밍을 아는 통찰력
지금까지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을 읽으며 제가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느꼈던 부분에 대해서 간단하게 리뷰를 해보았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주택시장의 공급자와 수요자의 관점에서 어떻게 집값 바닥의 사인을 포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인사이트에 할애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끝까지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